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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과 사는 남자' – 17세 단종, 나약함을 넘어 강인함으로 [MHN 작심일주일]

민서영|2026-02-12 20:00

* 이 기사는 영화 스포일러를 일부 포함하고 있습니다.

(MHN 민서영 기자) 1457년, 청령포. 어린 단종은 왕위에서 쫓겨난 채 유배된 몸으로 마을 사람들과 맞닥뜨린다. 충성스러운 사육신이 눈앞에 있어도 그는 한 술을 뜨지 못했다. 붉어진 눈자위와 텅 빈 눈동자는 그가 느끼는 절망과 고독을 그대로 보여준다. 단종의 나이는 고작 17세였다.

영화 '왕과 사는 남자'는 기존 매체에서 흔히 '눈물 많고 나약한 왕'으로 그려졌던 단종을, 극한 상황 속에서도 왕으로서의 기품과 절개를 지키려 애쓰는 강인한 인물로 재조명한다. 장항준 감독은 "한국 영화 최초로 단종의 숨겨진 이야기를 담아내고 싶었다”고 밝힌 바 있다.

주연 배우 박지훈은 단종의 예민함과 내적 갈등을 표현하기 위해 촬영 전 15kg을 감량하며 외형을 완전히 바꿨다. 영화 초반, 단종의 눈에는 '충신들을 거쳐 자신에게 다가올 죽음'이 이미 예견되어 있다.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그의 무표정은 오히려 왕으로서 마지막 자존심을 지키는 강력한 무기이자 나약하지만 용기 있는 선택으로 다가온다.

영화는 단종의 심리에 깊이 몰입한다. 숙부의 위협, 충신들의 비명, 그리고 자신의 운명을 예감한 두려움. 이런 상황 속에서 단종은 쉽게 마음을 열지 못한다. 그의 옆에서 오래 머문 매화(전미도)조차 왕에게 말을 건네지 못하는 순간, 벽을 허문 것은 뜻밖에도 마을 사람들과 촌장 엄흥도(유해진)였다.

말소리를 잃었던 단종은 서서히 자신의 목소리를 찾는다. 무표정한 얼굴 속 분노와 인간적 감정이 드러나면서, 한 술을 뜨고 밥 한 공기를 비워내는 장면은 관객들에게 짧지만 강한 몰입의 순간을 제공한다. 이미 역사적 비극을 아는 관객들은 숨죽이며 그의 한 끼, 한 숨에 함께 공감한다.

영화 속 피바람의 끝은 결국 역사대로 흘러간다. 단종, 엄흥도, 한명회(유지태)까지, 모두 예견된 비극 속으로 사라진다. 하지만 영화는 이 죽음들을 단순한 절망으로 처리하지 않는다. 단종은 비극 속에서도 인간으로서의 면모를 유지하며, 마지막 순간까지 강인한 왕의 눈빛으로 강을 건넌다.

개봉 5일 만에 누적 관객 100만 명을 돌파하며 흥행 신기록을 세운 '왕과 사는 남자'. 다가오는 설 연휴에도 관객들의 발걸음을 이어갈지 귀추가 주목된다. 영화는 단순 역사 재현을 넘어, 관객이 어린 단종의 심리와 인간적 고뇌에 몰입하도록 설계돼 있다.

이 작품은 왕위에서 쫓겨난 단종과 그를 맞이한 광천골 마을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비극 속에서도 인간다움을 놓치지 않는 메시지를 전한다.

사진= 영화 '왕과 사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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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his article is provided by MHN Spor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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