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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동근의 '순수한 신앙' vs '사회적 책임', 그 아슬아슬한 경계 [M-scope]

홍동희 선임기자|2025-08-02 08:30

(MHN 홍동희 선임기자) '오징어 게임'의 새로운 주역으로 전 세계의 주목을 받고, 실력파 후배 래퍼의 앨범에 기꺼이 목소리를 더하며 '힙합씬의 리스펙'을 증명하고, 예능에서는 세 아이의 아빠로서 인간적인 고충을 털어놓던 배우이자 뮤지션 양동근. 최근 그의 행보는 '월드 스타'의 화려함과 '베테랑 아티스트'의 깊이, 그리고 '가장'의 따뜻함을 모두 보여주며 대중의 큰 박수를 받아왔다.

하지만 지난1일, 그의 이름은 예상치 못한 논란의 중심에 섰다. 과거 '비상계엄 옹호' 발언 등으로 큰 논란을 빚었던 손현보 목사가 주최한 종교 행사에 참여한 사실이 알려진 것이다. 소속사는 "정치적 의도 없는 순수한 신앙심의 발로"라며 서둘러 선을 그었지만, 대중이 느끼는 씁쓸함과 아쉬움은 쉽게 가시지 않는다. 논란의 본질은 그의 신앙이 아닌, 그의 '신중함'에 대한 물음이기 때문이다.

'장소'가 '메시지'가 되는 시대

양동근 측의 해명처럼, 그가 무대에서 정치적인 발언을 한 것은 아니다. 독실한 기독교 신자로서 CCM 무대에 올라 찬양을 한 것은 그의 오랜 신념의 표현일 것이다. 하지만 지금의 대중은, 아티스트가 '무엇을' 했는지 만큼, '어디서' 그것을 했는지를 중요하게 여긴다. 특히 사회적으로 극심한 논쟁을 야기했던 인물이 마련한 무대에 선다는 것은, 본인의 의도와는 무관하게 그 인물의 생각에 동조한다는 오해를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

결과적으로 그의 '순수한' 공연은, 행사의 주최자에게 '부드러운 이미지'를 더해주고 그의 정치적 성향을 희석시키는 데 이용될 여지를 남겼다. '월드 스타' 양동근의 등장은 그 자체만으로도 행사의 공신력을 높여주는 가장 강력한 '메시지'가 되어버린 것이다.

'순수함'이라는 위태로운 방패

소속사는 "정치적 의도가 없었다"고 강조했다. 그 말을 의심하고 싶지는 않다. 하지만 데뷔 30년이 훌쩍 넘은 베테랑 방송인이자, 이제는 글로벌한 영향력을 갖게 된 그에게 '몰랐다' 혹은 '순수했다'는 해명은 위태로운 방패처럼 들린다. 대중이 스타에게 기대하는 것은 흠결 없는 완벽함이 아니다. 다만 자신의 이름이 가진 무게와 영향력을 스스로 인지하고, 그에 걸맞은 사회적, 정치적 감수성을 갖추기를 바랄 뿐이다.

그의 신앙은 존중받아 마땅하다. 하지만 그 신앙을 표현하는 방식과 장소를 선택하는 데에는, 더 깊은 고민과 신중함이 필요했다. 이번 논란은 그의 신앙심이 아닌, '신중함의 부재'가 얼마나 큰 아쉬움을 남기는지를 보여주는 뼈아픈 사례다.

'월드 스타'의 무게를 기억해야 할 때

'오징어 게임'은 전 세계적으로 가장 첨예한 사회 비판을 담은 드라마다. 그 작품의 새로운 얼굴이 된 양동근에게, 세계의 시선은 이전과 다를 수밖에 없다. 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드는 '비상계엄'을 옹호했던 인물의 행사에 참여한 그의 모습은, 작품을 통해 그를 알게 된 글로벌 팬들에게는 더 큰 실망과 모순으로 비칠 수 있다.

아무도 그의 재능을 의심하지 않는다. 그의 음악과 연기는 여전히 우리에게 큰 울림을 준다. 하지만 이번 논란은 그의 빛나는 예술적 성과들을 잠시나마 흐릿하게 만들었다. 부디 이번의 아쉬움이, '월드 스타'라는 이름의 무게를 되새기고, 자신의 선한 영향력을 더욱 신중하게 사용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팬들은 논란의 중심에 선 그가 아닌, 아티스트로서 깊은 영감을 주는 그를 계속해서 보고 싶기 때문이다.

 

사진=MHN DB, 양동근 S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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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his article is provided by MHN Spor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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