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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십억 퇴직금?' 소음보다 강했던 김재원 아나운서의 진심 [칼럼]

(MHN 홍동희 선임기자) 한 방송인의 30년 경력이 단 몇 줄의 자극적인 문장으로 요약될 뻔했다. ‘수십억 원대 퇴직금’, ‘알고 보니 수백억 자산가’. 지난 12년간 KBS ‘아침마당’의 터줏대감으로 매일 아침 우리와 함께 웃고 울었던 김재원 아나운서의 퇴직 소식 뒤로 꼬리표처럼 따라붙은 소문들이었다. 대중의 호기심을 먹고 자라는 가짜뉴스의 속성상 해명하지 않으면 기정사실이 되고 마는 세상이다.
대부분의 유명인이 침묵을 택하거나 날 선 법적 대응을 예고하며 논란의 중심에서 벗어나려 애쓰는 요즘, 그는 조금 다른 길을 택했다. 직접 카메라 앞에 앉아, 특유의 차분하고 담담한 목소리로 소문의 전말을 설명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것은 단순한 해명 방송이 아니었다. 30년간 시청자와 쌓아온 신뢰를 마지막까지 지키려는 한 방송인의 품격있는 작별 인사였다.

그는 최근 유튜브 채널 '위라클'에 출연해 자신을 둘러싼 소문에 대해 입을 열었다. 억울함을 호소하거나 분노를 표출하는 대신, 그는 사실관계를 명확히 바로잡는 정공법을 택했다.
"제가 수십억 대의 퇴직금을 받았다는 등, 수백억 원대의 재산가라는 둥, 모 섬에 가서 커피숍을 차렸다는 둥이 있는데… (모두 사실이 아닙니다.)"
김재원의 대응은 오랜 시간 자신을 믿어준 시청자들에 대한 마지막 예의이자 책임감의 발로였다. 30년간 쌓아온 '신뢰'라는 무형의 자산을 돈과 관련된 자극적인 루머로 퇴색시키고 싶지 않다는 진심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아니면 말고' 식의 폭로가 난무하는 시대에, 이처럼 담백한 그의 해명은 오히려 더 큰 신뢰를 안겨주었다.
가짜뉴스의 이면, 즉 그가 실제로 '아침마당'을 떠난 이유는 소문보다 훨씬 단순하고 명쾌했다. 그는 정년 1년을 앞두고 스스로 '명예퇴직'을 선택했다. 돈이나 외부의 압력 때문이 아닌, 인생 2막을 향한 자신의 의지였다.

"자발적 퇴사 맞습니다. 제가 정년퇴직을 1년 앞두고 있었는데, '먼저 넓은 세상으로 나가야겠다'고 결심했습니다. 퇴직금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과거에 유학 가는 중에 중간 정산을 받았기 때문에 아주 소소한 금액임을 다시 한번 알려드립니다."
물러날 때를 스스로 아는 것, 그리고 새로운 시작을 위해 과감히 문을 나서는 용기. 그의 선택은 '박수 칠 때 떠난다'는 말의 진정한 의미를 되새기게 한다. 그는 자신의 마지막 방송에서 "30년 다닌 KBS라는 학교와 12년 다닌 '아침마당'이라는 학교를 이제 졸업한다"며 시청자들에게 큰절을 올렸다. 논란에 의한 어쩔 수 없는 퇴장이 아니라, 모두의 축복 속에서 치르는 명예로운 졸업식이었던 셈이다.

김재원 아나운서의 사례는 단순히 한 방송인의 해프닝으로 남지 않는다. 자극적인 소음은 잠깐의 주목을 받지만, 결국 오랜 시간 쌓아온 진심과 신뢰의 가치를 이길 수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의 품격있는 퇴장이, 혼란스러운 미디어 환경 속에서 우리가 무엇을 믿고 어떤 가치를 지켜야 하는지에 대한 잔잔한 울림을 주는 이유다.
사진=KBS, 유튜브 채널 '위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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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his article is provided by MHN Spor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