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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우 목소리는 들리지 않고 와인잔 부딪히는 소리만…20주년 유방암 행사 논란 [M-scope]

홍동희 선임기자|2025-10-17 00:00

(MHN 홍동희 선임기자) 분홍빛 조명 아래, 와인잔을 든 스타들의 얼굴이 화려하게 빛났다. 방탄소년단의 뷔, 빅뱅의 태양, 에스파의 카리나, 아이브의 장원영 등 대한민국에서 가장 빛나는 별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W 코리아가 주최한 유방암 인식 향상 캠페인 'Love Your W'의 20주년 행사 풍경이다. 하지만 이 화려한 파티 사진이 SNS를 통해 퍼져나가자, 대중의 반응은 찬사가 아닌 분노로 들끓었다. "유방암 환우를 위한 자리였나, 연예계 친목 파티였나?" 이 질문은 '자선'의 이름으로 포장된 '캠페인 쇼'의 민낯을 정면으로 겨누고 있다.

 

환우는 없고, 술잔과 '몸매'만 남았다

'Love Your W'의 공식적인 취지는 '유방암 인식 제고'와 '환우 지원'이다. 하지만 이날 행사 어디에서도 그 취지를 찾아보기는 어려웠다. 유방암 인식의 상징인 '핑크 리본'은 찾아보기 힘들었고, 그 자리는 명품 브랜드의 로고와 협찬사들의 광고판이 대신했다. 환우들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았고, 그들의 아픔에 공감하는 시간 대신, 와인잔을 부딪히는 소리와 연예인들의 웃음소리만이 가득했다.

논란에 불을 지핀 것은 가수 박재범의 축하 공연이었다. 그는 자신의 히트곡 '몸매'를 열창했다. 여성의 신체를 노골적으로 묘사하는 가사가, 유방암으로 고통받는 환우들을 위한 자선 행사에서 울려 퍼진 것이다. 이는 단순한 선곡 실수를 넘어 행사의 본질에 대한 주최 측의 무지와 무감각을 폭로하는 상징적인 장면이었다.

20년에 11억, 화려함 뒤에 숨겨진 초라한 숫자

대중의 분노가 더욱 커진 것은 이 행사의 '투명성' 문제가 제기되면서부터다. 20년간 이어온 이 행사의 누적 기부액이 약 11억 원 수준이라는 보도가 나오자 "그 화려한 파티를 열 돈으로 기부를 더 하는 게 낫지 않냐"는 비판이 쏟아졌다. 하룻밤의 행사를 위해 최고급 호텔을 대관하고, 수십 명의 톱스타를 섭외하는 데 들어갔을 막대한 비용을 생각하면, 11억이라는 숫자는 초라하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이는 '자선'이 어떻게 기업과 미디어의 '이미지 마케팅' 수단으로 전락하는지를 보여주는 전형적인 사례. '선한 영향력'이라는 포장지 뒤에, 실질적인 나눔보다 브랜드 홍보와 셀럽들의 친목 도모가 우선시되는 '캠페인 쇼'의 구조적 문제가 이번 사태를 통해 적나라하게 드러난 것이다.

삭제와 사과, 늦어버린 대응

논란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자 주최 측인 W 코리아는 관련 SNS 게시물을 삭제하는 미숙한 대응으로 "증거 인멸이 아니냐"는 더 큰 비판을 자초했다. 뒤늦게 박재범이 개인적으로 사과문을 올렸지만, 정작 행사를 기획하고 연출한 주최 측의 진정성 있는 사과와 책임 있는 해명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결론적으로, 'Love Your W' 사태는 우리 사회에 '자선'의 본질에 대한 중요한 질문을 던진다. 자선 행사의 진짜 주인공은 화려한 셀럽인가, 아니면 우리가 목소리를 들어주어야 할 환우들인가? 

핑크 리본의 진정한 의미는 무엇이며, '선한 영향력'은 어떻게 행사되어야 하는가? 이번 논란이 '보여주기식' 자선이 아닌, 진정으로 아픈 이들의 손을 잡아주는 성숙한 나눔 문화가 정착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환우들의 고통이, 더 이상 누군가의 파티를 위한 소품으로 소비되어서는 안 된다.

 

사진=W코리아 SNS, 박재범 S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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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his article is provided by MHN Spor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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