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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퓨리오사'가 된 개그우먼, 박미선의 용기 있는 '생존 신고' [칼럼]

홍동희 선임기자|2025-11-13 18:00

(MHN 홍동희 선임기자) "생존 신고하러 나왔다." 10개월 만에 방송에 복귀한 박미선이 '유 퀴즈 온 더 블럭'에서 건넨 첫마디는 그 어떤 화려한 복귀 신고보다 묵직하고 강렬했다. 짧게 자른 머리, 조금은 수척해진 모습이었지만 박미선의 눈빛은 단단했고, 특유의 유머는 여전했다. 그녀의 '생존 신고'는 지난 10개월간 그녀를 둘러쌌던 무분별한 '가짜뉴스'와 사망설을 향한 가장 품위 있고 통쾌한 일격이었다.

그녀가 자리를 비운 사이, '박미선 사망설', '중병설' 등 자극적인 가짜뉴스들이 그녀와 가족들을 괴롭혔다. 박미선은 이 어둠을 뚫고 가장 밝은 무대 위로 걸어 나와, 자신의 목소리로 직접 '진실'을 이야기하는 용기를 선택했다. 그리고 그녀가 들려준 이야기는, 우리가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치열한 사투의 기록이었다.

박미선의 고백은 담담했지만, 그 내용은 결코 가볍지 않았다. 2024년 말 종합검진에서 발견된 유방암, 크리스마스이브의 수술, 그리고 이어진 임파선 전이 확인. '야외 촬영을 빨리 다녀와야지'라고 생각했던 그녀의 계획과 달리, 항암 치료는 피할 수 없는 현실이 되었다. 그녀는 "살려고 하는 치료인데 죽을 것 같았다"고 고백했다. 4회차 항암 치료 중 면역력 저하로 폐렴까지 겹쳐 2주간 입원했던 순간은, 그녀의 투병 과정이 얼마나 고통스러웠는지 짐작하게 한다.

하지만 박미선은 '개그우먼'이었다. 그녀는 절망의 순간에도 유머를 잃지 않았다. 항암 치료로 머리를 밀어야 했을 때, 그녀는 "머리 깎을 때 '퓨리오사 같지 않냐'고 했다"며 웃었다. "웃어도 된다"는 그녀의 말은, 고통을 유머로 승화시키는 것이야말로 가장 강력한 용기임을 보여주었다. 그녀는 병마와 싸우면서도 자신의 본질을, 그리고 시청자에게 웃음을 주겠다는 약속을 잊지 않았다.

박미선의 용기 뒤에는 든든한 가족이 있었다. "누구든 한 명이라도 울면 다 터지는 분위기라 참고 안 울었다"는 가족들의 단단함, 그리고 딸 이유리 씨가 305건이나 기록한 꼼꼼한 '투병 일지'는, 그녀가 이 긴 터널을 무사히 빠져나올 수 있었던 가장 큰 힘이었다.

박미선이 우리에게 준 가장 큰 용기는 아마도 그녀의 '솔직함'일 것이다. 그녀는 "완쾌라는 단어를 쓸 수 없는 유방암이다. 항상 조심하고 검사하면서 살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암을 극복했다는 단순한 승리 선언이 아니다. 병과 '함께' 살아가야 하는 수많은 환우와 그 가족들에게, 막연한 희망이 아닌 현실적인 위로와 깊은 공감을 건넨 것이다.

"생존 신고하러 나왔다"는 그녀의 말은, 이제 단순한 복귀 인사가 아닌, 삶에 대한 강력한 의지와 희망의 메시지가 되었다. 2월 검진에서 이상이 없었음에도 12월 검진에서 암을 발견했다는 그녀의 경험은, '유방암 조기 검진이 생명을 구한다'는 교훈을 그 어떤 캠페인보다 강렬하게 전달했다. 박미선은 자신의 가장 아픈 시간을 용기 있게 공유함으로써, '가짜뉴스'를 잠재웠고, 수많은 이들에게 '진짜 용기'를 선물했다. 그녀의 두 번째 삶, 그리고 그녀가 다시 만들어갈 건강한 웃음을 진심으로 응원한다.

 

사진=박미선SNS, 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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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his article is provided by MHN Spor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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