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세' 신구, "살아있으니까 연기한다"
‘아흔의 노장’ 신구부터 박근형·박정자·정동환까지

(MHN 안지훈 기자) 한국 연예계에 굵직한 족적을 남긴 원로 배우들이 나이를 잊은 듯 다시 무대에 올라 건재함을 과시한다. 영화나 드라마와 달리 2시간 가까운 러닝타임을 중단 없이 이끌어야 하는 체력적·물리적 부담이 있는 연극에 도전하는 원로 배우들은 후배들은 물론 관객에게도 큰 귀감이 되고 있다.

▲ 신구·박근형, ‘고도를 기다리며’ 이후 ‘베니스의 상인’에서 다시 호흡
신구(90)와 박근형(85)이 오는 8일 개막하는 연극 ‘베니스의 상인’에서 다시 호흡을 맞춘다. ‘베니스의 상인’은 셰익스피어의 대표 희극으로 법과 자비, 복수와 선택의 충돌을 그린다. 돈을 갚지 못할 경우 살 1파운드를 받는 계약을 맺은 고리대금업자 샤일록과 상인 안토니오의 에피소드가 연극의 하이라이트로 꼽힌다.
박근형은 샤일록을 맡았다. 그는 1959년 중앙대학교 재학 시절 ‘베니스의 상인’을 공연하며 샤일록을 연기한 바 있는데, 올해 공연을 통해 67년 만에 같은 작품·같은 배역을 연기하게 됐다. 신구는 극중 배경이 되는 베니스의 법과 질서를 상징하는 인물인 공작 역을 맡는다.
특히 신구는 지난 2월 10일 진행된 연극 ‘불란서 금고’ 기자간담회에서 “살아 있으니 연극을 한다”고 소회를 밝히며 현장을 먹먹하게 만들기도 했다.
두 사람은 2023년부터 지난해까지 이어진 ‘고도를 기다리며’ 이후 올해 다시 손을 맞잡는다. 이상윤, 최수영 등 스타 배우에 더해 뮤지컬 배우 카이 등도 ‘베니스의 상인’에 힘을 보탠다. 공연은 8월 9일까지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관객과 만난다.

▲ 박정자, 고대 그리스 소포클레스 비극 이끈다
박정자(84)는 소포클레스의 그리스 비극 ‘오이디푸스’에 출연한다. ‘오이디푸스’는 운명을 벗어나려 발버둥치던 테베의 왕 오이디푸스가 끝내 자기 눈을 찌르며 파멸을 맞이하는 비극이다. 극중 박정자가 맡은 역할을 오이디푸스가 부름을 받고 등장하는 맹인 예언자 ‘테레시아스’다. 그는 2011년에 이어 다시 한번 테레시아스를 맡는다.
주인공 ‘오이디푸스’ 역에 캐스팅된 최수종(63)의 이름도 눈에 띈다. 최수종은 2017년 ‘하늘로 가지 못한 선녀씨’ 이후 9년 만에 연극 무대에 복귀한다. 그는 지난달 27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박정자, 신구, 박근형 등 선생님들의 연기를 보고 반성하며 무대에 오를 준비를 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박정자는 지난해 1인극 ‘화이트래빗 레드래빗’에 출연한 데 이어 현재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에서 빌리의 할머니 역을 맡아 열연하고 있다. ‘빌리 엘리어트’에서 박정자는 직접 노래를 완창하고, 홀로 왈츠를 선보이는 등 건재함을 과시하며 관객들에게 감동을 선사하고 있다.
‘오이디푸스’는 4일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개막해 8월 23일까지 공연된다. 양준모, 남명렬, 임강희, 나자명 등 굵직한 연기 이력을 보유한 배우들이 대거 출연한다.

▲ 정동환, 책을 사랑한 나머지 스스로 책이 되어버린 남자
체코 현대문학의 거장 보후밀 흐라발의 대표작 ‘너무 시끄러운 고독’이 무대 위로 옮겨진다. 정동환(77)이 주인공 ‘한탸’ 역을 맡아 이 작업을 이끈다.
한탸는 공산주의 치하의 체코 프라하에서 평생을 책과 종이를 압축하는 노동자로 지낸 노인으로, 신문물과 젊은 노동자들에 밀려나 텅 빈 지하실에 놓이게 된다. 그는 너무나 책을 사랑한 나머지 스스로 책이 되는 결심을 감행한다. 정동환의 탄탄한 발성과 연륜 있는 연기는 한탸를 한층 입체적인 인물로 만들 예정이다.
정동환은 올해 초까지 박근형과 함께 ‘더 드레서’에 출연하는 등 꾸준히 무대를 지켜왔다. 괴테의 ‘파우스트’, 단테의 ‘신곡’, 셰익스피어의 ‘햄릿’ 등 고전 연극에도 수차례 출연했다. 특히 2017년에는 ‘7시간짜리 연극’으로 알려진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에서 35분짜리 독백을 소화해내며 화제가 된 바 있다.
‘너무 시끄러운 고독’은 4일 서울 종로구 SH아트홀에서 개막해 19일까지 2주간 공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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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his article is provided by MHN Sports.